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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빛 그림자
/조광현
달빛이, 천장에 못을 박는다
은빛 못 하나—
고요를 매달고
나는 그 밑에서 식는다
바닥엔
달의 가죽이 벗겨져 있고
그림자가 벗어놓은 망토 위로
누군가의 발소리,
없는 자의 귀소 본능처럼 젖어든다
밤은 접힌 지도다
너의 눈꺼풀 아래
검은 골목이 생기고
나는 그 안에서 뺨을 문지른다
창문은
익숙한 슬픔을 베껴쓰는 거울,
그림자여,
너는 왜 항상 나보다 먼저 젖는가
빛이 오기도 전에,
이미 슬픔을 알고 있는가
오늘 밤도
달빛은 내 손등을 설탕처럼 흩뿌리고
나는 그 단맛을 씹지 못한 채
고요히 씻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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