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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빛 그림자

하늘을 보라 2025. 4. 25. 20:3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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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  달빛 그림자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/조광현

달빛이, 천장에 못을 박는다
은빛 못 하나—

고요를 매달고
나는 그 밑에서 식는다

바닥엔
달의 가죽이 벗겨져 있고
그림자가 벗어놓은 망토 위로

누군가의 발소리,
없는 자의 귀소 본능처럼 젖어든다

밤은 접힌 지도다

너의 눈꺼풀 아래
검은 골목이 생기고
나는 그 안에서 뺨을 문지른다

창문은
익숙한 슬픔을 베껴쓰는 거울,

그림자여,
너는 왜 항상 나보다 먼저 젖는가

빛이 오기도 전에,
이미 슬픔을 알고 있는가

오늘 밤도
달빛은 내 손등을 설탕처럼 흩뿌리고

나는 그 단맛을 씹지 못한 채
고요히 씻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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