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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여, 쉬엄쉬엄 쉬어가자
/조광현
친구여,
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
숨 고를 자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.
저기 느티나무 그늘 아래,
햇살도 한 걸음 쉬어 가고
바람도 숨을 죽이는 곳이 있다네.
우리는 너무 오래
달려왔지 않은가.
웃음조차 바람처럼 지나쳐버린 나날들.
이제는 말없이
눈빛만으로도 웃을 수 있는
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네.
친구여,
쉬엄쉬엄 쉬어가자.
삶의 짐은 잠시 벤치에 내려두고,
서로의 어깨에 구름 한 점 얹어보자.
걱정은 조금 뒤에 만나도 되지 않겠는가.
우리, 지금은 그냥
한 잔의 바람처럼 머물다 가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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