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테고리 없음

숲이 시를 먼저 읽는다

하늘을 보라 2025. 4. 18. 20:05

.
숲이 시를 먼저 읽는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/조광현

나는 아직
첫 문장을 쓰기도 전에
숲은 이미 시를 다 읽었다.

새들이 단어를 훔쳐가고
나무는 한 구절씩
바람에 낭송한다.

종이 위의 비유보다
이끼 위의 고요가
더 오래 시였다는 걸
숲은 알고 있었다.

나는 그저
잎새 떨어지는 소리를
받아 적었을 뿐,

시인은 숲의 속기를 흉내 내는
느린 제자였다.


#역대상 16:33.
그리 할 때에 숲 속의 나무들이 여호와 앞에서 즐거이 노래하리니 주께서 땅을 심판하러 오실 것임이로다

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