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찔레꽃과 어머니
/조광현
어머니의 손등에는
찔레꽃 향이 묻어 있었습니다
햇살보다 먼저 피어
저녁보다 먼저 스러지는,
그 얇은 잎사귀 위에
울음이 피었지요
찔레꽃은 말하지 않습니다
말 대신, 피고
피는 대신, 흩어지고
흩어진 꽃잎은 바람의 눈에 걸려
작은 무덤을 덮습니다
어머니는 찔레꽃을
뜨거운 물에 데치듯
눈빛으로 삶아내고
하루를 마신 뒤,
다시 꽃이 되었습니다
하얗고
말간
가시를 품은 채
나는 어머니의 등을 기억합니다
찔레넝쿨처럼 엉켜 있던
그 짧은 숨,
마디마디에 피고 졌던 시간들
꽃잎보다 얇은 말들이
목 끝에 맺혀
삼켜지곤 했지요
저녁이 오면,
찔레꽃은 울음처럼 향기롭고
어머니는 그 향기를 따라
구겨진 앞치마 속으로
가만히 접혀듭니다
그리고 나는,
그 속에 묻힌 이름 하나를
잊지 않기 위해
매년,
찔레꽃을 불러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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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25.5.2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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