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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이야, 감꽃이 하얗게 떨어지는 밤에

하늘을 보라 2025. 6. 11. 21:2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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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이야, 감꽃이 하얗게 지는 밤에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/조광현

누이야,
오늘 밤은 감꽃이 지는 소리가 들린다

바람도 뜸하고
달빛은 너의 말투처럼 조용하다

잎사귀 틈에서
너의 숨결처럼 가벼운 꽃잎이 떨어지더라
부서지지 않으려고,

그 감나무 아래,
어린 내가 울음을 삼키던 날도

너는 감꽃 몇 송이 털어
내 손바닥에 쥐여주며 말했지

“꽃은 울지 않고도 진다”

그 말,
지금도 내 마음에 남아
무너질 때마다
하얀 감꽃처럼 흩어진다

누이야,
이 밤은 너의 오래된 편지 같다

눈물도 웃음도 없이,
다만 기억의 손끝만 가만히 흔들고 간다

나는 지금도
네가 남긴 그 하얀 위로 위에 눕는다

감꽃 냄새 속에서
너의 이름을 다시 배운다

#25.6.1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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