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늘을 보라 2025. 5. 28. 20: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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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        낮달
 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/조광현

달이,
햇빛 틈을 밀치고 나왔다
마치 잠결에 문을 잘못 연 기억처럼

낮달은 낮의 그림자였다
말하지 않으면서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
가느다란 침묵의 목소리

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친다
달이 낮에 뜬 건
누군가 지금 울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

창문도 열리지 않는 마음에서
한 줄기 먼지가 들썩이는 순간이라는 걸

그저 천천히,
느릿느릿한 침묵으로
세상의 속도를 잊어버리는 중이었다

바람 한 점 스쳐 갔다
달의 등줄기를 쓰다듬으며
나는 손등에
빛이 아닌 고요를 느꼈다

낮달은
하늘 위에 걸린
가장 슬픈 반짝임이라는 걸 알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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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          #25.5.2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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