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테고리 없음

빌린 늦은 오후의 산책

하늘을 보라 2025. 3. 18. 19:50

.
   빌린 늦은 오후의 산책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/조광현

시간 가게에서
늦은 오후 한 조각을 빌렸다.

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,
빛바랜 노을이 덤으로 딸려왔다.

바람은 빌려온 시간에 낯설고
나무들은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.

우리는 오래된 길을 따라
잃어버린 계절을 줍듯 걷는다.

그대의 손을 잡으려 할 때,
손목 위에서 초침이 움찔인다.

빌린 시간은 반납이 원칙,

나는 마지막 빛 한 줌을 손바닥에 담아
그대의 눈가에 가만히 얹어준다.

.